왜 말 걸기는 두려워하면서 화면 속 소통엔 열광할까?
강의실 문을 열 때마다 기묘한 기분이 든다. 60명이 넘는 학생들이 한 공간에 모여 있는데, 실내는 마치 진공 상태처럼 고요하다. 과거 선배들이 말하던 캠퍼스의 낭만은 이제 드라마 속에서나 볼 법한 빛바랜 장면이 됐다. 학생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고개를 푹 숙인 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화면 속에 각자의 디지털 섬을 만들어 들어가 있다. 옆 사람의 숨소리는 들려도,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가장 당혹스러운 순간은 수업 중 교수님이 "이 부분에 대해 질문 있는 사람 있나요?"라고 물으실 때다. 그 순간 강의실은 말 그대로 얼어붙는다. 60여 개의 눈동자가 일제히 바닥이나 책상을 향한다. 교수님의 시선을 피하려고 필사적으로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손가락은 의미 없이 스크롤을 내린다. 누군가 대답해 주기를 바라는 비겁한 침묵이 공기를 가득 채운다.
그런데 더 아이러니한 건 수업이 끝난 직후다. 강의실 문을 나서는 순간,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게시판은 순식간에 달궈진다. "이 수업 드랍할까?", "나만 이해 안 됨?" 같은 글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오며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린다. 대면 상황에서는 입도 뻥긋 못 하던 이들이, 익명의 텍스트 뒤에 숨어서는 누구보다 시끄러운 소통가가 된다.
대체 왜 우리는 바로 옆 사람에게 말 거는 것은 두려워하면서, 화면 속 소통에는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기술은 분명 우리를 더 넓고 쉽게 연결해 주지만, 역설적으로 물리적 공간 내에서의 '진짜' 소통은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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